솔직히 저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의 의미를 꽤 오랫동안 몰랐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입맛 없으면 투정하고, 밖에서 사 먹는 게 더 맛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영화 《넘버원》을 접하고 나서야 그 밥 한 끼가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집밥과 유한성 —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이 영화의 핵심 설정은 단순합니다. 주인공 하민의 눈에 어느 날부터 숫자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숫자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들고 결국 0이 되면 엄마가 죽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작위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이 장치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른바 서사적 알레고리(Narr..
드라마 한 편에서 등장인물 중 양심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아챘을 때 저는 꽤 오래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세운빌딩을 둘러싼 재개발 이권 다툼이 촉매가 되어 가족, 친구, 동업자 사이의 신뢰가 차례로 무너지는 이 이야기는 범죄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해부하는 영화입니다 인간욕망: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의 유통기한 기수종이 처음 건물주가 되려 했을 때 동기는 단순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딸 다래의 미국 유학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적 자체는 아무도 비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저는 계속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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