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그냥 한국판 좀비 블록버스터겠거니 했습니다. 팝콘이나 씹으며 두 시간 보내면 되겠다 싶었는데, KTX가 서울역을 출발하는 순간부터 극장 의자 손잡이를 놓지 못했습니다. 스크린을 빠져나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묵직한 여운, 지금도 선명합니다.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가 가능하다는 증거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갈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한국에서 좀비 영화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걱정이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부산행은 좀비(zombie) 장르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여기서 좀비 장르란, 1954년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에서 비롯된 '바이러스나 외부 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청춘 영화'라는 장르가 대부분 비슷한 공식을 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꿈 있는 청년, 가슴 뛰는 사랑, 그리고 결국 성장한다는 결말. 그런데 바람 2는 그 공식을 생각보다 많이 비껴갑니다. 17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이라는 타이틀보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비공식 천만 영화의 후속작이 17년 만에 나온 이유 일반적으로 흥행 영화의 속편은 원작의 인기 공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기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럴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바람2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라 배우 정우의 자전적 서사(自傳的 敍事)를 담은 작품입니다. 여기서 자전적 서사란 실제 본인의 경험이나 감정을 소재로 삼아 만든 이야기를 뜻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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