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어쩌지 못한 브로맨스의 온도세종과 장영실이 나란히 누워 창호지 문 너머로 인공 별빛을 바라보던 장면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본기억을 대살리며 그 순간 관객 전체가 숨을 참는 것 같았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왕과 노비 출신 기술자가 같은 꿈을 꾸는 장면이라는 게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으로 먼저 반응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브로맨스는 흔한 군신(君臣) 관계의 미화가 아니었습니다. 세종이 오랜 친우를 마주하면서도 왕이라는 자리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는 그 장면, 분이 떠난 친우를 마주해서 좋은데 자리가 자리라서 뭐라 말도 못하는 그 씁쓸함이 화면에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왕이라도 어쩌지 못하는 현실, 그 무력감과 안타까움이 조금의 분노와 뒤섞여 가슴 한쪽을 눌렀습니다. 최민식 배우가 ..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신미대사 주도로 뒤바꿨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는 영화관 늦게 도착해 중간에 들어가 이 영화를 봤는데, 마치 낫과 괭이를 보고 세종대왕이 영감을 받은 것처럼 묘사된 장면에서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역사왜곡: 실록이 말하는 한글 창제의 진실이 영화가 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는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친제(親制)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친제란 임금이 직접 만들었다는 뜻으로, 세종실록에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친제 했다는 표현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해례본 서문에서도 세종 자신이 직접 창제했음을 밝히고 있어, 이를 뒤집을 만한 사료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신미대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문종실록 문종 즉위년 4월 6일 기사를 보면, 세종대왕..
영화관을 나서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상영 내내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거든요. 조선 최대의 비극으로 꼽히는 임오화변을 다룬 영화 사도는 단순한 가문의 불화가 아니라, 절대 권력이 한 인간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임오화변, 그 비극의 구조임오화변(壬午禍變)이란 1762년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을 말합니다. 단순히 부자 갈등으로 요약하기엔 너무 복잡한 정치적 맥락이 얽혀 있습니다. 영화는 이 비극의 씨앗이 세자가 태어난 직후부터 뿌려졌다고 말합니다. 고령에 늦둥이를 얻은 영조는 돌이 채 지나기도 전에 왕세자 책봉을 단행합니다. 두 살에 천자문을 외우고, 세 살에 사치와 검소를 구분하는 아이였으니 그 기..
첩보전의 문법으로 해부한 국가폭력의 구조헌트는 1980년대 신군부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안기부(안전기획부) 내부에 숨어든 북한 고정간첩 동림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고정간첩이란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 장기 침투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공작원을 의미합니다. 단발성 침투와 달리 수년에 걸쳐 신분을 위장하기 때문에 색출이 극도로 어렵습니다. 국내팀 차장 박평호와 해외팀 차장 김정도, 두 사람이 서로를 동림으로 의심하며 추적과 역추적을 반복하는 구조가 영화의 핵심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숨이 막혔던 장면은 워싱턴 암살 저지 시퀀스였습니다. 1983년 가을, 신군부의 미국 순방 사절단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발생하고, 박 차장과 김 차장이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두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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