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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영화 (자파르 잭슨, 보헤미안 랩소디) 예고편 하나를 보고 이렇게 오래 생각에 잠긴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저는 처음 몇 초를 보고 나서 멈추고 다시 처음부터 돌려봤습니다. 녹음실의 공기, 작업 보드에 빽빽하게 붙은 메모들, 헤드폰을 쓴 채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 그게 무대 위의 문워크보다 더 강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스릴러와 빌리진, 그리고 녹음실의 집요함 어릴 때 동네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가면 유리문 안쪽에서 낯선 영어 노래가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뜻도 모르면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들이 있었는데, 그게 마이클 잭슨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학교 장기자랑에서 누군가 어설프게 문워크를 따라 하면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지만, 그 웃음 속에는 묘한 .. 2026. 5. 24.
강철비 분석 (분단 구조, 인물 설계, 평화 메시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유로를 달리다 강 건너 북쪽이 유리창 하나 사이에 있다는 걸 실감했던 밤이 있었는데, 《강철비》를 보면서 그 느낌이 정확히 다시 살아났습니다. 핵과 쿠데타라는 거대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결국 남는 건 밥 먹고 잠자는 사람들 이야기라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단순한 첩보 액션이 아닌 이유입니다. 분단 구조가 만든 위기의 실제 얼굴《강철비》의 배경은 북한 내부 쿠데타(coup d'état)에서 시작합니다. 쿠데타란 기존 권력을 무력으로 탈취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영화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한, 미국, 중국까지 끌어들이는 연쇄 위기로 번집니다. 정찰총국(북한의 대외 정보·공작 기관)의 리태안이 결국 쿠데타의 진짜 주역이었다는 반전은, 위기가 어느 한쪽의 일.. 2026. 5. 24.
어쩔 수 없다 리뷰 (부조리, 노동영화, 블랙코미디) 어쩔 수 없다는 해고 노동자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차례로 제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줄거리를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웃기다고?" 싶었습니다. 근데 실제로 보고 나니, 웃기면서도 내내 마음 한쪽이 무거웠습니다.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제로섬 게임에 갇힌 사람의 부조리한 범죄이 영화의 전제는 단순합니다. "사람은 넷, 자리는 하나." 주인공 만수는 25년간 다니던 제지 회사에서 해고된 뒤, 1년이 지나도 재취업에 실패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무섭도록 단순합니다. 경쟁자가 없으면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입니다. 제로섬 게임이란 한쪽이 얻으면 반드시 다른 쪽이 잃는 구조, 즉 총합이 항상 0인.. 2026. 5. 23.
더 하우스메이드 (비신뢰성 화자, 핵심,심리 스릴러 ) 갈 곳이 없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무디게 만드는지, 저는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지인 소개로 큰 집 청소를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이상했습니다. 가구는 비쌌고 집은 넓었지만, 그 집에서 저는 내내 시계만 봤습니다. 영화 속 밀리가 윈체스터 저택에 발을 들여놓는 장면에서 그날 기억이 그대로 올라왔습니다. 비신뢰성 화자가 만드는 함정, 관객은 얼마나 속았나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서사 장치 중 하나가 바로 비신뢰성 화자(Unreliable Narrator)입니다. 여기서 비신뢰성 화자란, 이야기를 이끄는 시점 인물이 정보를 왜곡하거나 잘못 해석하고 있어서 관객이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서술자를 말합니다. 이 영화는 밀리의 눈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은.. 2026. 5. 23.
국보 영화 리뷰 (가부키 미학, 모노노아와레, 한일 정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국보를 보기 전에는 일본 전통예술을 소재로 한 잘 만든 드라마 정도를 기대했는데,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록 뭔가 이상하게 걸리는 감각이 계속 남았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 깊숙이 닿지 않는 이 거리감이 어디서 오는 건지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가부키 미학, 인형화 된 인간의 아름다움 모노노아와어릴 때 엄마를 따라 전통 공연장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대 위 사람들이 왜 저렇게 느리게 걷고, 왜 저렇게 과장되게 팔을 드는지 그때는 그냥 답답하게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답답함이 사실 가부키 미학의 핵심을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나온 반응이었다는 걸 영화 국보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문화예술 평론가 가라타.. 2026. 5. 22.
아름다운 세상 (학교폭력, 방관자 효과, 가해자 부모) 아이 학교에서 작은 다툼이 생겼을 때, 처음으로 들리는 말은 대개 "장난이었대요"입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있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보다 빠져나갈 말이 먼저 나왔고, 어른들은 서로 눈치를 봤습니다. 저는 직접 이사 오면서 저희 아이가 학폭 피해자였기에 더욱더 마음 한편에 기억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폭력보다 무서운 것, 구조적 은폐 선호는 평범한 중학생이었습니다. 연락 문제로 부모를 속인 적 없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밤 학교 옥상에서 추락한 채 발견됩니다. 학교 CCTV는 고장 나 있었고, 휴대폰과 일기장은 사라졌으며, 운동화는 옥상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드라마가 주목하는 건 폭력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폭력이 어떻게 덮이는가, 바로 그 과정입니다. 이 .. 2026. 5. 22.
바람2 짱구 리뷰 (청춘 서사, 오디션 현실, 포인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청춘 영화'라는 장르가 대부분 비슷한 공식을 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꿈 있는 청년, 가슴 뛰는 사랑, 그리고 결국 성장한다는 결말. 그런데 바람 2는 그 공식을 생각보다 많이 비껴갑니다. 17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이라는 타이틀보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비공식 천만 영화의 후속작이 17년 만에 나온 이유 일반적으로 흥행 영화의 속편은 원작의 인기 공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기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럴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바람2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라 배우 정우의 자전적 서사(自傳的 敍事)를 담은 작품입니다. 여기서 자전적 서사란 실제 본인의 경험이나 감정을 소재로 삼아 만든 이야기를 뜻하며, .. 2026. 5. 21.
메카닉 리크루트 (교도소 침투, 액션 카타르시스, 제이슨 스타뎀) 일이 쌓이고 머릿속이 꽉 막혀 있을 때, 저는 이상하게 잔잔한 영화보다 거칠고 빠른 액션 영화를 찾게 됩니다. 메카닉 리크루트는 그런 날 딱 맞는 영화였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연기하는 전직 킬러 비숍이 불가능한 상황을 몸과 머리로 돌파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에서 쌓인 답답함이 잠깐이나마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침투: 스스로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영화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비숍은 첫 번째 타깃을 제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극도로 삼엄한 교도소, 이른바 임펠다운에 자진해서 들어갑니다. 범죄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문신으로 외모를 바꾸고, 위조 신분증까지 준비해서 직접 수감자가 되는 방식입니다.여기서 영화가 보여주는 핵심 개념이 바로 언더커버 오퍼레이션(Undercover Op.. 2026. 5. 21.
영화 넘버원 (집밥, 유한성, 세가지) 솔직히 저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의 의미를 꽤 오랫동안 몰랐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입맛 없으면 투정하고, 밖에서 사 먹는 게 더 맛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영화 《넘버원》을 접하고 나서야 그 밥 한 끼가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집밥과 유한성 —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이 영화의 핵심 설정은 단순합니다. 주인공 하민의 눈에 어느 날부터 숫자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숫자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들고 결국 0이 되면 엄마가 죽는다는 것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작위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이 장치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른바 서사적 알레고리(Narr.. 2026. 5. 20.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인간욕망, 재개발, 신뢰붕괴) 드라마 한 편에서 등장인물 중 양심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아챘을 때 저는 꽤 오래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세운빌딩을 둘러싼 재개발 이권 다툼이 촉매가 되어 가족, 친구, 동업자 사이의 신뢰가 차례로 무너지는 이 이야기는 범죄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해부하는 영화입니다 인간욕망: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의 유통기한 기수종이 처음 건물주가 되려 했을 때 동기는 단순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딸 다래의 미국 유학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적 자체는 아무도 비난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저는 계속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2026. 5. 20.
28일 후 리뷰 (사회붕괴, 인간본성, 공포연출)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습니다. 2002년 개봉한 28일 후는 개봉 직후부터 "좀비 장르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건 공포가 아니라 씁쓸함이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잔인해지는 과정이, 어딘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사회붕괴, 그 시작은 선의였다영화는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합니다. 동물 해방 운동가들이 침팬지를 구하러 잠입하고, 연구원의 경고를 무시한 채 우리를 열어버립니다. 그 침팬지에게 주입된 건 분노 바이러스(Rage Virus)입니다. 분노 바이러스란 감염 즉시 극도의 공격성을 유발하는 가상의 병원체로, 기존 좀비 장르의 느릿한 감염 서사와는 전혀 다른 설정입니다. 감염자는 20~30초 안에 이성을 .. 2026. 5. 19.
록밀 리뷰 (현실감, 인물심리,금융범죄) 돈이 생기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쉽게 말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영국 드라마 록밀(Lockmill)은 그 질문에 꽤 불편한 방식으로 답을 내놓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스릴러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자라라는 인물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단순한 강도 사건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점점 금융 시스템의 민낯을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자라라는 인물이 왜 이렇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나자라는 캐피털 회사 거래 이행팀(Trade Processing Team)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거래 이행팀이란 금융기관에서 매매 계약이 성사된 후 실제 자금 이체와 결제 승인을 처리하는 부서로, 쉽게 말해 돈이 실제로 움직이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자라는 능력이 있어도 원하는 부서로 이동하지 못하고, 열심히 해도 제자리인 것 같은 기.. 2026.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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