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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7)
어쩔 수 없다 리뷰 (부조리, 노동영화, 블랙코미디)

어쩔 수 없다는 해고 노동자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차례로 제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줄거리를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웃기다고?" 싶었습니다. 근데 실제로 보고 나니, 웃기면서도 내내 마음 한쪽이 무거웠습니다.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제로섬 게임에 갇힌 사람의 부조리한 범죄이 영화의 전제는 단순합니다. "사람은 넷, 자리는 하나." 주인공 만수는 25년간 다니던 제지 회사에서 해고된 뒤, 1년이 지나도 재취업에 실패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무섭도록 단순합니다. 경쟁자가 없으면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입니다. 제로섬 게임이란 한쪽이 얻으면 반드시 다른 쪽이 잃는 구조, 즉 총합이 항상 0인..

카테고리 없음 2026. 5. 23. 15:56
더 하우스메이드 (비신뢰성 화자, 핵심,심리 스릴러 )

갈 곳이 없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무디게 만드는지, 저는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지인 소개로 큰 집 청소를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이상했습니다. 가구는 비쌌고 집은 넓었지만, 그 집에서 저는 내내 시계만 봤습니다. 영화 속 밀리가 윈체스터 저택에 발을 들여놓는 장면에서 그날 기억이 그대로 올라왔습니다. 비신뢰성 화자가 만드는 함정, 관객은 얼마나 속았나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서사 장치 중 하나가 바로 비신뢰성 화자(Unreliable Narrator)입니다. 여기서 비신뢰성 화자란, 이야기를 이끄는 시점 인물이 정보를 왜곡하거나 잘못 해석하고 있어서 관객이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서술자를 말합니다. 이 영화는 밀리의 눈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은..

카테고리 없음 2026. 5. 23. 08:52
국보 영화 리뷰 (가부키 미학, 모노노아와레, 한일 정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국보를 보기 전에는 일본 전통예술을 소재로 한 잘 만든 드라마 정도를 기대했는데,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록 뭔가 이상하게 걸리는 감각이 계속 남았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마음 깊숙이 닿지 않는 이 거리감이 어디서 오는 건지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가부키 미학, 인형화 된 인간의 아름다움 모노노아와어릴 때 엄마를 따라 전통 공연장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대 위 사람들이 왜 저렇게 느리게 걷고, 왜 저렇게 과장되게 팔을 드는지 그때는 그냥 답답하게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답답함이 사실 가부키 미학의 핵심을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나온 반응이었다는 걸 영화 국보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문화예술 평론가 가라타..

카테고리 없음 2026. 5. 22. 13:43
28일 후 리뷰 (사회붕괴, 인간본성, 공포연출)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습니다. 2002년 개봉한 28일 후는 개봉 직후부터 "좀비 장르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건 공포가 아니라 씁쓸함이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잔인해지는 과정이, 어딘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사회붕괴, 그 시작은 선의였다영화는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합니다. 동물 해방 운동가들이 침팬지를 구하러 잠입하고, 연구원의 경고를 무시한 채 우리를 열어버립니다. 그 침팬지에게 주입된 건 분노 바이러스(Rage Virus)입니다. 분노 바이러스란 감염 즉시 극도의 공격성을 유발하는 가상의 병원체로, 기존 좀비 장르의 느릿한 감염 서사와는 전혀 다른 설정입니다. 감염자는 20~30초 안에 이성을 ..

카테고리 없음 2026. 5. 19. 14:15
더 캐니언 리뷰 (고립, 관계, 장르융합)

혼자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업무용 메시지 몇 개를 주고받는 게 그날 대화의 전부였고, 퇴근 후에는 이상하게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애플 TV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더 캐니언을 보는 내내 영화 속 감정선이 제 기억을 자꾸 건드렸습니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인데, 정작 더 무섭게 느껴진 건 괴물이 아니라 혼자라는 상황이었습니다.고립된 환경이 만들어낸 관계의 밀도영화는 동쪽 협곡의 관측 초소 두 곳에 각각 배치된 리바이와 드라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절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구조입니다. 영화에서 이 설정은 단순한 공간 배치가 아니라 관계 형성의 핵심 장치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바로 내러티브 아이솔레이션(Narrative I..

카테고리 없음 2026. 5. 18. 22:54
특수부대원 가족 (형제 갈등, 권력 부패, 가족 신뢰)

조용히 살던 전직 특수부대원의 아버지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모든 갈등이 시작됩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단순한 액션물이라 생각했는데, 형제 사이의 오해와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몰입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형제 갈등: 20년 상처가 폭발하는 순간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형제, 제임스와 조니의 관계입니다. 제임스는 현역 특수부대원으로 원칙과 법을 중시하는 인물이고, 조니는 경찰이지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복수 본능이 앞서는 인물입니다. 이 대립 구도를 두고 "형이 맞다, 동생이 맞다"로 나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 둘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가르는 게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제임스가 동생을 20년 전 멀리 보낸 이유가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장면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6. 5. 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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