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조용히 살던 전직 특수부대원의 아버지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모든 갈등이 시작됩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단순한 액션물이라 생각했는데, 형제 사이의 오해와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몰입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형제 갈등: 20년 상처가 폭발하는 순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형제, 제임스와 조니의 관계입니다. 제임스는 현역 특수부대원으로 원칙과 법을 중시하는 인물이고, 조니는 경찰이지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복수 본능이 앞서는 인물입니다. 이 대립 구도를 두고 "형이 맞다, 동생이 맞다"로 나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 둘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가르는 게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제임스가 동생을 20년 전 멀리 보낸 이유가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장면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꽤 오래 멈추게 됐습니다. 예전에 저도 가족과 크게 다툰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상대방이 저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그 행동이 걱정에서 나온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조니가 "당신이 저를 버렸다"고 외치는 장면과 제임스가 "살리려고 했다"고 답하는 장면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속 두 형제의 갈등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애착 단절(Attachment Disruption) 패턴과 유사합니다. 애착 단절이란 가까운 관계에서 예기치 않은 이별이나 거절을 경험한 이후,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방어적 태도가 굳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두 형제가 아버지의 장례식 자리에서조차 바로 화해하지 못한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영화가 후반부에서 형제 관계를 꽤 빠르게 봉합하는 건 솔직히 조금 아쉬웠습니다. 20년의 상처라면 그만큼의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단번에 풀리는 감동 장면이 많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속도감이 오히려 이야기의 깊이를 약간 희석시킨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두 형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임스 시각: 원칙과 절차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복수는 또 다른 파국을 부른다.
- 조니 시각: 법만으로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 직접 진실을 추적하겠다.
- 공통점: 아버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는 동일하다.

정의의 실현 방식에 대한 이 논쟁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 남는 질문이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수를 상상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복수 이후에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https://www.kpsychology.or.kr)). 조니가 끝내 법적 절차 안에서 마무리를 맞이하는 결말이 우연이 아닌 셈입니다.

권력 부패: 주지사 삼촌이 만들어낸 비극

이 영화가 단순한 가족 복수극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건 배후 세력의 구조 때문입니다. 모든 사건의 배후는 두 형제의 삼촌이자 하와이 주지사였습니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 로비쇼와 손을 잡고 원주민들을 몰아낸 뒤 카지노를 세우려 했습니다. 아버지 월터는 그 내막을 담은 USB를 숨겨뒀고, 바로 그게 살해의 원인이 됐습니다.

여기서 영화는 사익 추구형 부패(Crony Corruption)라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사익 추구형 부패란 공적 권한을 가진 인물이 특정 민간 세력과 결탁해 공공 자원이나 토지를 사유화하는 방식의 부정을 가리킵니다. 영화 속 주지사가 원주민 토지를 카지노 사업에 넘기는 장면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토착민 토지권(Indigenous Land Rights) 문제는 여전히 국제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토착민 토지권이란 원주민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거주하고 사용해온 토지에 대한 법적·전통적 권리를 말하며, 각국 정부나 개발업체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원주민 권리선언(UNDRIP)에 따르면 원주민 토지와 영토에 대한 권리는 기본적 인권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출처: UN 원주민 권리선언](https://www.un.org/development/desa/indigenouspeoples/declaration-on-the-rights-of-indigenous-peoples.html)).

"주지사가 악당이라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족과 제도 안에 숨어 있다는 설정이 이 영화를 더 서늘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적이 아니라 신뢰하던 가족이 배신자였다는 사실은 두 형제에게 단순한 범죄 해결 이상의 상처를 남깁니다.

또 저는 로비쇼가 아내와 월터를 동시에 감시하려 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월터에게 조사를 의뢰했는데, 정작 자신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러니한 구도는 영화가 "누가 진짜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물인가"를 묻는 방식으로 읽혔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설정이 있으면 영화를 다 본 뒤에도 생각이 꽤 오래 남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남기는 질문은 하나로 수렴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배신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법과 원칙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감정에 따라 움직일 것인가. 저는 복수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 오래 남는 정의라고 생각하지만, 조니의 감정이 틀렸다고 쉽게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가족, 신뢰, 권력 남용이라는 주제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가족 간의 갈등과 권력 부패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함께 보면 더 풍부한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