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13 신생아 시기는 왜 그렇게 중요할까(신생아 · 적응 · 안정감) 신생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점신생아 전문가 교육을 들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신생아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예전에는 나도 신생아 시기를 단순히 아기가 먹고 자고 반복하는 시기 정도로 생각했다. 태어나서 몇 개월 지나면 기억도 못 할 텐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그런데 교육을 들으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생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있는 존재였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 가까이 지내다가 갑자기 전혀 다른 환경으로 나오게 된다. 어른인 내가 갑자기 낯선 나라에 떨어져도 불안할 텐데, 신생아는 얼마나 두렵고 낯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교육에서는 신생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을 하지 못.. 2026. 6. 8. 드라마 전후 리뷰 (전쟁 서사, 인간성, 군사 권위주의) 전쟁 서사가 껍데기일 때와 아닐 때전쟁 드라마라고 하면 영웅적 돌격 장면과 뭉클한 전우애로 채운 감상적 서사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이 그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병참 기지 폭파 작전을 앞두고 분대원들이 나누는 한마디였습니다. "살려고 온 거 아닙니까. 성공해서 살아 돌아가려고 온 거 아닙니까." 이 대사 하나가 극 전체의 무게를 요약합니다. 드라마는 낙동강 전선부터 흥남 철수, 개마고원 설한풍 속 게릴라 탈출까지 실제 한국전쟁의 주요 작전선을 따라 서사를 전개합니다. 여기서 게릴라 전술(Guerrilla Tactics)이란 소규모 병력이 정규군 대형 없이 기습과 매복, 후퇴를 반복하는 비정규전 방식을 의미합니다. 극 중 현중 분대가.. 2026. 6. 8. 공동경비구역 JSA (관료주의, 분단구조, 인간성) 관료주의가 진실을 덮는 방식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스파이 스릴러에 가깝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스위스 군 법무 소령 장소령이 수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구조가 달라졌습니다. NNSC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스위스와 스웨덴이 파견한 기구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중립적 감시와 수사 역할을 맡은 국제기구입니다. 장소령이 부딪히는 건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그 실체를 감추려는 조직의 논리였습니다. 남측은 "북괴 도발"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하려 했고, 북측은 "남한군의 선제 습격"이라는 서사를 고집했습니다. 혼수상태에서 받아낸 진술서, 도주하다 투신한 남성식 일병의 절박한 몸짓, 그 어떤 단서도 남북한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가 비판하는 건 개별 군.. 2026. 6. 8. 영화 1987 (역사적 고증, 핵드헬드 촬영, 6월 항쟁) 역사적 고증: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지우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다소 극화된 재현물 정도로 예상했는데, 화면 곳곳에 박힌 고증의 밀도가 상당했습니다. 실제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촬영한 고문실은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고, 당시 뉴스 화면과 거의 흡사하게 찍은 발표 장면은 기록 영상과 나란히 놓아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고증(考證)이란 역사적 사실을 문헌이나 유물을 통해 정밀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에서 고증은 단순한 소품이나 의상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타자기 느낌으로 디자인한 타이포그래피, 당시 실제 기사를 그대로 옮겨 만든 신문, 심지어 교도소 접견 기록부에 구멍 뚫린 부분까지, 당시 정치 관련 기사는 수감자에게 오려서 전달했다는 실제 관행을 .. 2026. 6. 7. 살인의 추억 (시대적 배경, 몰입감, 공권력 비판) 1980년대 화성, 그 시대의 공기혹시 영화를 보면서 "왜 이렇게 수사가 엉망이지?"라고 답답함을 느끼셨다면, 그 감각은 틀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실제 연쇄 살인 사건입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군사정권 말기였고, 민주화 시위가 전국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 중 제가 가장 뼈아프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살인 사건 현장에 투입할 병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대사, 시위 진압에 모두 차출됐다는 그 한마디. 국가가 국민의 생명보다 정권 유지를 우선했다는 사실이 그 짧은 대사 하나에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치안 공백, 즉 공권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시민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 영화의 핵심.. 2026. 6. 7. 파칭코 (흰쌀밥, 디아스포라, 생존의 서사) 흰쌀밥 한 그릇이 무너뜨린 것들낯선 오사카 땅에 첫발을 디딘 선자가 형수 경희의 부엌에서 흰쌀밥을 마주하는 장면, 저는 그 순간 예상치 못하게 목이 메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타지에서 고향 음식을 갑작스럽게 만났을 때 그 감정이 얼마나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선자에게 그 밥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차려 준 밥상의 기억이었을 겁니다. 드라마가 포착한 재일조선인(在日朝鮮人)의 삶은 그 감동의 여운을 곧바로 냉혹한 현실로 끌어당깁니다. 재일조선인이란 일제강점기 전후로 일본으로 이주하거나 강제 징용되어 정착한 한반도 출신 사람들과 그 후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드라마 속 조선인 집결 지구의 골목은 전기가 켜진 밤거리와는 달리 불안과 결핍이 가득했고, .. 2026. 6. 6.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