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치여 숨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이쪽 눈치를 보면 저쪽에서 칼이 들어오고, 저쪽을 달래면 이쪽이 목을 조여오는 상황. 저도 사회 초년생 시절 그런 구조 속에서 "어디에도 내 편이 없다"는 고독감에 밤마다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영화 아수라는 바로 그 감각을 스크린 위에 핏빛으로 옮겨놓은 작품입니다. 안남시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배경과 맥락영화는 재개발을 앞둔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무대로 시작합니다. 이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는 걸 저는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직감했습니다. 안남시는 도시 재생 사업, 즉 낙후된 지역을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권 다툼이 집약된 무대입니다. 여기서 도시 재생이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국제시장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신파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1,400만이라는 숫자에 이끌려 극장에 들어갔다가 영화 내내 눈물을 쥐어짜이며 나왔는데, 막상 비하인드 영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작품인지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몇 가지 연출 선택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흥남철수, 50년대 국제시장을 되살린 배경과 기술일반적으로 이런 대형 한국 영화는 주로 국내 세트장에서 찍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비하인드를 보며 가장 놀란 건 촬영 장소의 스케일이었습니다. 1950년 흥남철수 작전 장면은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300여 명의 배우만 섭외한 뒤 나머지 인파를 모두 VFX(시각 효과)로 채워 넣었습니다. VFX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순 제작비 500억 원.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들고 온 네 번째 영화 《호프》미장센이 말하는 것들: 들판인데 왜 갇힌 느낌이 드나칸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된 1분 32초짜리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넓은데 좁다"는 이상한 감각이었습니다.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숨이 막혔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이 장면을 4:6 프레임 구도로 잡아냅니다. 4:6 프레임이란 화면을 가로 비율 4 대 6으로 나누어 인물을 한쪽으로 밀어붙이는 구성 방식으로, 공간의 압박감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논두렁의 직선이 좌우를 격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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