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라이언 고슬링, 외계인 우정, 아이맥스)
줄거리:

줄거리:라이언 고슬링
영화는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우주선 안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동료 승무원 둘은 이미 죽어 있고,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 탐색을 시작하죠. 원작 소설에서는 이 장면에서 그레이스가 주변을 분석하고 자신이 과학자일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긴 독백이 펼쳐집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다 걷어내고 고슬링의 입을 통해 이렇게 한 줄로 압축합니다. "나 똑똑한 사람이었어." 제가 그 대사를 듣는 순간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게 이 영화 각색의 방향을 이미 다 알려준 셈이었습니다
각본을 맡은 팀은 만만치 않습니다. 마션(The Martian)의 각본가 드류 고다드(Drew Goddard)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시리즈를 쓴 필 로드, 크리스 밀러가 함께 붙었습니다. 드류 고다드는 원작의 공학적 서바이벌 구조를 살리면서도,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특유의 버디 무비(buddy movie) 감각을 코어에 심었습니다. 버디 무비란 성격이 다른 두 인물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마션이 혼자 살아남는 이야기였다면, 헤일메리는 낯선 존재와 함께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고슬링의 연기는 이 구조 안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과잉도 없고 과하게 절제하지도 않아요. 극단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관객에게 직접 던지는 대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어설프고 비겁하고 때로 비틀린 유머를 섞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사람 연기가 이상하게 편안하다는 겁니다. 상대 배우도 거의 없고, 대부분 혼자 밀폐된 세트 안에서 연기했을 텐데, 그 고독함이 오히려 캐릭터에 설득력을 줍니다. 영화와 배우의 처지가 겹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주요 출연진:외계인 로키 그리고 우정
아마존 MGM은 마케팅 단계에서 이미 외계 생물체 로키를 예고편에 공개했습니다. 처음엔 왜 스포를 하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정체성은 외로운 인간과 낯선 존재 사이의 우정이고, 그걸 숨기면 그냥 마션 아류작처럼 보일 뿐이니까요.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가 T-800이 선역이라는 사실을 예고편에서 먼저 알려줬던 것처럼, 알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헤일메리가 그렇습니다
로키는 거미 형태의 바위 같은 외계 생물체입니다. 얼굴도 없고 눈도 없습니다. CGI가 아니라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즉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실물 모형으로 구현했는데, 이게 오히려 질감과 존재감을 살려줍니다. 제임스 오르티즈가 목소리를 맡았고, 초반에 서로 언어를 모르는 채로 소통하려는 장면은 솔직히 제가 예상보다 훨씬 감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돌덩이 하나 보고 눈물이 났다는 게 지금도 좀 우습긴 한데, 그게 이 영화가 해낸 일입니다.
로키가 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계산된 연출입니다. 관객을 먼저 그레이스의 고립감 속에 충분히 가둬놔야, 낯선 존재가 나타나는 순간이 위협이 아니라 구원으로 느껴집니다. 이티(E.T.)가 그랬죠. 외계인이 초반 30분 동안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 그렇게 강렬했던 겁니다. 제가 어릴 때 스필버그 영화에서 느꼈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감각, 경이로움이랄까 동심이랄까, 그게 이 영화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젊은 스필버그가 지금 막 카메라를 잡았다면 이런 영화를 찍었을 것 같습니다
로키가 그레이스에게 갖는 의미는, 제 경험으로 돌아봐도 비슷한 감각이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시간이 있었습니다. 겉으론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론 막막했고, 도와달라는 말 꺼내는 것 자체가 미안한 시기였죠. 그때 저를 붙잡아준 건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작은 응원 하나였습니다. 로키와 그레이스가 서로 언어도 모르면서 조금씩 믿음을 쌓아가는 장면이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우정이 가진 무게를 이해하려면, 제작진이 내세운 핵심 구조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영웅이 아닙니다. 도망치던 루저였고, 로키를 만나면서 조금씩 용기를 찾아갑니다.
로키 역시 자기 종족의 생존을 짊어진 외로운 존재입니다. 둘 다 제 세계에서 혼자였던 셈입니다.
두 존재의 우정이 설득력을 가져야 희생의 무게도 살아납니다. 관계가 얕으면 마지막 선택이 의미를 잃습니다
산드라 휠러가 연기한 냉정한 프로젝트 리더 에바, 라이오넬 보이스가 연기한 조력자, 로키의 목소리를 맡은 제임스 오르티즈. 이 세 사람이 고슬링의 고립을 깨는 구원자 역할을 분담합니다
리뷰 반응:아이맥스로 봐야 하는 이유
전체 상영 시간이 2시간 40분을 넘습니다. 그중 아이맥스(IMAX) 화면비로 촬영된 분량이 대략 110분에서 120분 사이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보다도 아이맥스 비율이 높습니다. 아이맥스란 일반 스크린보다 화면 비율이 크고 해상도가 높은 대형 상영 포맷을 말합니다. 우주 공간에서 행성을 바라보는 장면, 선외 활동(EVA, Extra-Vehicular Activity) 시퀀스의 스케일은 작은 화면으로 보면 절반도 전달이 안 됩니다. 선외 활동이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예고편 봤을 때와 비교가 안 됩니다.
시각 효과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조명과 세트 미술이었습니다. 헤일메리 호 내부는 기계적으로 치밀하면서도 소재와 공간감이 폐쇄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빛깔, 색감, 날카로운 그림자가 공간 안을 섬세하게 채우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SF 영화에서 가져왔던 차갑고 어두운 우주의 이미지를 바꿔버립니다. 보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불안하지 않지? 인류 멸망을 막아야 하는 영화인데 공포감보다 경이로움이 먼저 옵니다. 과학을 위협이 아닌 마법처럼 치환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로 파지(Astrophage)라는 설정도 짚어볼 만합니다. 아스트로 파지란 이 영화의 원작 소설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우주 미생물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항성의 밝기를 서서히 낮추는 존재입니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건, 실제 천문학에서도 태양 활동 변화가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꾸준히 연구되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NASA의 태양 관측 자료(<a href="https://www.nasa.gov/science-research/heliophysics/" target="_blank">출처: NASA Heliophysics 에 따르면, 태양 복사량의 미세한 변동도 지구 대기와 기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스트로 파지는 픽션이지만, 그 위기의 리얼리티가 과학적 토대 위에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앤디 위어 원작의 특징입니다.
앤디 위어(Andy Weir)의 작품 구조는 늘 비슷합니다. 평범한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압도적인 위기 앞에서 과학으로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패하면 다시 고칩니다. 마션이 그랬고, 헤일메리도 그렇습니다. 다만 헤일메리는 마션보다 절박함의 차원이 다릅니다. 마션은 개인 생존이었지만 이번엔 지구 전체의 멸종을 막아야 하고, 심지어 다른 문명도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그레이스에게 가족사진을 어루만지는 장면이 없습니다. 낭만도, 그리움도, 집에 돌아갈 연료도 없습니다. 그 냉정한 조건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감정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 이게 이 각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