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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제 리뷰 (집단지성, 앤트밀, 좀비진화)

info202620586 2026. 5. 28. 06:37

 

 

연상호 감독 이름 석 자만 보고 개봉일에 바로 뛰어간 사람으로서, 솔직히 반도 이후 쌓인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극장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든 첫 생각은 이 감독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였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군, 실제로 앉아서 보니 일반적인 평가와는 조금 다른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집단지성 설정이 만들어낸 진짜 공포

일반적으로 좀비 영화의 공포는 수와 속도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앉아서 봤는데, 군이 만들어낸 공포의 본질은 조금 달랐습니다. 처음엔 저도 별 기대 없이 감염자들이 기어 다니는 장면을 봤지만, 이들이 두 발로 일어서고 점액질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등줄기가 서늘해지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핵심 설정은 바로 군집 지성(Swarm Intelligence)입니다. 여기서 군집 지성이란 개별 개체가 단독으로는 단순한 행동만 하지만, 집단을 이루면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개미나 벌이 대표적인 예인데, 군은 이 개념을 좀비에 그대로 이식했습니다. 감염자 하나하나가 학습한 내용이 점액질 네트워크를 통해 전체로 전파되고, 한 개체의 경험이 곧 집단 전체의 진화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소름이 돋은 장면은 엘리베이터 씬이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좀비들이 살아있는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해 탑승하는 장면인데, 저도 모르게 "왁"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이 순간이야말로 군이 기존 감염 장르물과 선을 긋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좀비 연기를 담당한 팀은 현대 무용, 발레, 스턴트 전문가로 구성된 세 개 그룹으로 운영되었다고 하는데, 그 퍼포먼스는 솔직히 일부 주연 배우들의 연기보다 더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군이 가진 장점과 한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집단 지성이라는 참신한 설정으로 기존 좀비물의 공식을 비틀었다
- 폐쇄 공간 특유의 밀폐감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유지했다
- 좀비 퍼포머들의 아크로바틱한 연기가 시각적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 후반부로 갈수록 집단 지성 설정이 희미해지고 서영철 개인의 이야기로 수렴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지창욱, 김신록 같은 실력 있는 배우들이 소모품처럼 빠르게 처리된 캐릭터 설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석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장르적 신선함과 퍼포먼스 완성도가 꾸준히 꼽히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www.kocca.kr) 군의 좀비 진화 설정은 바로 그 지점을 잘 공략했다고 봅니다.

 

앤트밀 결말, 무릎을 쳤지만 카타르시스가 빠졌다

결말에 등장하는 앤트밀(Ant Mill) 현상은 제가 보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설정이었습니다. 앤트밀이란 전투력이 약한 군대개미 집단에서 선발대가 급격히 방향을 전환할 때 후발대가 이를 앞물이라 착각해 따라가며 원을 이루어 계속 도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오류가 생긴 루프에서 외부 개입 없이는 개체가 탈진하거나 아사할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영화 속에서 좀비들이 앤트밀 상태에 빠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서영철이 특정 옷을 입은 대상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집단에 심어놨는데, 어쩌다 그 옷이 같은 좀비 무리 구성원에게 씌워지며 정보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블루스크린(BSOD, Blue Screen of Death)과 같습니다. 블루스크린이란 운영 체제가 치명적인 오류를 감지했을 때 강제로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현상으로, 재부팅을 통해 데이터를 초기화해야만 해결됩니다. 앤트밀 상태의 좀비들도 서영철이 직접 개입해 오류를 제거하는 순간 전체가 초기화되며 멈춰버립니다.

이 해석 자체는 진짜 잘 설계된 복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결말에서 뭔가 한 방이 빠진 느낌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서영철이 불에 타서 죽는 마무리보다는, 자신이 만든 맹목적인 군체에 자신이 갇혀 밟혀 죽는 인과응보형 결말이었다면 주제 의식도 훨씬 선명해지고 영화적 카타르시스도 배가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긴장이 좀비들의 갑작스러운 정지와 함께 순식간에 빠져버리는 건,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주제는 한편으로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서영철이 좀비 군체를 만들고자 했던 동기가 "인간의 불완전한 소통을 넘어선 완벽한 집단"을 구현하고 싶어서였다는 점은, ChatGPT로 대표되는 대형 언어 모델(LLM)의 부상과 자연스럽게 겹쳐 읽힙니다. LLM이란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 패턴을 모방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하는데, 개별 데이터가 전체 모델의 출력에 즉각 반영된다는 점이 영화 속 좀비 군체와 구조적으로 닮았습니다. 과연 완벽하게 연결된 집단 지성이 인간의 비효율적인 소통보다 더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은 2025년 현재의 AI 담론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인공지능 윤리와 집단 지성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 학계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AI가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https://www.kisdi.re.kr) 군은 그 질문을 좀비라는 장르적 포장 안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연상호 감독의 좀비 삼부작을 부산행, 군, 반도 순으로 매기겠다는 평가에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군은 분명 반도보다 훨씬 앞서 있고, 개연성 몇 가지를 영화적 허용으로 내려놓을 수 있다면 러닝타임 내내 도파민이 돌고 긴장감도 유지되는 작품입니다. 좀비 장르 매니아로서 한 줄로 정리하면, 설정의 신선함과 장르적 쾌감은 합격, 후반부 처리와 캐릭터 소비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개연성보다 속도감을 원하는 날, 극장에서 보기에 딱 맞는 영화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O3wiUvoI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