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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엄마 뱃속에서도 느끼고 있을까

처음에는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무엇을 느낀다는 말이 조금 막연하게 들렸다. 아기는 태어나야 세상을 만나는 줄 알았고, 뱃속에서는 그냥 자라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신생아 실습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을 찾고, 익숙한 목소리에 반응하고, 안겼을 때 안정되는 모습을 배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정말 태어난 뒤에야 처음 느끼는 걸까.

엄마 뱃속은 아기에게 첫 번째 세상이다. 그 안에서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고, 엄마의 움직임을 느끼고, 엄마의 몸 상태에 따라 함께 반응한다. 그래서 태아를 단순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로만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엄마와 연결되어 있고, 세상을 준비하고 있는 한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감정, 엄마의 마음이 아기에게 닿을 수 있다

실습을 하며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아기는 생각보다 예민한 존재라는 점이었다. 신생아 인형을 안을 때도 손의 위치가 조금만 불안하면 자세가 흔들렸다. 실제 아기라면 그 불안함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엄마 뱃속의 태아도 엄마의 긴장, 불안, 편안함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도 딸을 가졌을 때를 떠올려보면 몸만 힘든 것이 아니라 마음도 참 많이 흔들렸다. 기쁜 날도 있었지만 걱정이 많은 날도 있었다. 그때는 내 감정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힘들면 나만 힘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엄마의 마음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편안하면 아기도 조금은 편안했을 것이고, 엄마가 불안하면 아기도 함께 긴장했을지 모른다.

교감,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는 관계

태아와 엄마의 교감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어주는 것,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 엄마가 편안하게 숨을 고르는 것, 아기에게 좋은 마음을 보내는 것.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두 교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신생아 실습에서 아기를 안고 말 걸듯이 연습할 때도 처음에는 어색했다. 인형인데도 “괜찮아, 편안하게 있어”라고 말하니 내 마음부터 부드러워졌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 아기에게는 말투와 손길이 얼마나 크게 다가갈까. 그리고 태어나기 전 태아에게도 엄마의 목소리와 마음이 얼마나 익숙하게 남을까. 그래서 임신 중 엄마가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도 아기를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한 준비일 수 있다.

 생각

신생아를 안는 자세를 실습하면서 나는 아기의 머리와 목을 받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떨어뜨리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아기의 몸 전체가 안정되도록 안아야 했다. 머리만 받치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방향, 가슴과의 거리, 손의 힘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그 실습을 하면서 태아 시기부터 출생 후까지 아기는 계속 안정감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뱃속에서는 엄마의 몸이 아기를 감싸주고, 태어난 뒤에는 누군가의 품이 그 역할을 이어준다. 그러니 태아와 신생아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 엄마와 긴 시간 교감하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존재였다.

 느낀 점

이번 실습을 하면서 나는 딸을 임신했을 때의 나를 많이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엄마가 되는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렀다. 몸이 힘들면 짜증도 났고, 미래가 걱정되면 마음이 자주 불안했다. 그때 뱃속의 아이가 내 마음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고, 엄마가 되는 길을 처음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배우고 실습하면서 알게 된 것은, 엄마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아기를 하나의 존재로 바라보려는 마음, 내 감정이 아기에게 닿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마음, 태어나기 전부터 관계가 시작된다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아는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의 숨, 목소리, 마음, 하루의 리듬 속에서 아기는 조금씩 세상을 준비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태아를 볼 때도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 아이는 이미 느끼고 있고, 이미 엄마와 교감하고 있다.” 그 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내가 아기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따뜻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