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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민원은 2024년 기준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연간 10만 건 이상 접수됩니다.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영화

윗집 사람들이 왜 하필 이 소재를 골랐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가벼운 이웃 소동극이겠거니 했는데, 저도 아파트에 살면서 밤마다 윗집 쿵쿵 소리에 혼자 신경 곤두세웠던 사람이라 첫 장면부터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층간소음이라는 익숙한 출발점

영화는 아랫집 부부가 윗집의 생활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소리가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닌 소리에도 "또 시작이네" 하며 과민 반응하게 되는 심리, 저도 경험했기에 이 장면에서 괜히 몸이 굳어졌습니다. 층간소음 문제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이웃 간 관계를 뒤틀어 놓는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가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층간소음 민감화(sensitization)란, 반복적인 소음 자극으로 인해 평소라면 무시했을 소리에도 강한 스트레스 반응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한 번 예민해지면 그 이후로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는 뜻입니다. 영화 속 현수 캐릭터가 정확히 이 상태였고,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이 심리적 메커니즘을 영화가 명시적으로 설명하진 않지만, 현수의 반응 방식만 봐도 충분히 읽힙니다.
그런데 영화가 흥미로운 건, 층간소음을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으로만 쓴다는 점입니다. 현수가 윗집 부부를 불편해하면서도 정작 정화는 그들에게 친구가 생기기를 바라는 장면, 아랫집 부부 사이에서도 이미 온도 차가 있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소음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었던 셈입니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자료에 따르면 href="https://www.noiseinfo.or.kr" 출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층간소음 분쟁의 상당수가 단순 중재로는 해결되지 않고 이웃 간 냉랭한 관계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소음 뒤에는 관계의 문제가 항상 따라옵니다

 

 

부부심리 — 두 쌍의 온도 차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부부의 온도 차이였습니다. 윗집의 김 선생과 최수경 부부는 재혼 커플로, 상대방에게 과감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갑니다. 반면 아랫집 현수와 정화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한 진심을 한 발짝씩 늦게 꺼냅니다.
부부 심리에서 말하는 정서적 동조화(emotional synchrony)란,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같은 리듬을 공유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오래 함께한 부부일수록 이 동조화가 무뎌지기 쉬운데, 영화는 그 무뎌짐을 윗집 부부와의 대조를 통해 가시화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솔직히 좀 찔렸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퉁명스럽게 대하게 된다는 걸, 현수의 말투에서 제 모습을 봤거든요.
정화가 "윗집 사람들이 부럽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짧지만 꽤 많은 걸 담습니다. 겉으로는 소음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유롭고 자신 있을까 부러워하는 감정. 저도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불편하다고 말하는 감정과 부럽다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그게 사람이니까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네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 안에 질투, 긴장, 숨겨진 상처가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은 제가 예상했던 코미디의 결보다 훨씬 촘촘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민망하고 아슬아슬한 감각, 그게 이 영화의 핵심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크로요가 — 진액이 흐른다는 말의 정체

영화 속에서 윗집 부부가 처음 만난 계기는 이혼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요가 클래스였습니다. 거기서 아크로요가(AcroYoga)를 함께 하다가 인연이 됐다고 합니다. 아크로요가란 아크로바틱과 요가를 결합한 파트너 수련법으로,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지탱하며 균형을 맞추는 동작이 특징입니다. 한 명이 무너지면 둘 다 쓰러지는 구조입니다.
극 중 인물이 "요가 중에 진액이 흘렀다"라고 표현하는 장면은 사실 처음 들으면 굉장히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실제 아크로요가 수련을 공부해 보면, 강도 높은 동작에서 땀과 함께 근막(fascia, 근육을 감싸는 결합 조직)에 쌓인 긴장이 풀리며 몸에서 열과 수분이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진액'은 그 감각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힙니다. 처음에는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관계의 열기를 신체 언어로 풀어낸 방식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크로요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작 유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플라잉(Flying): 한 사람이 발로 파트너를 공중에 띄워 올리는 동작. 상호 신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베이싱(Basing): 지면에 누워 파트너의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 힘보다 안정감이 핵심입니다. 스포팅(Spotting): 제삼자가 옆에서 안전을 지켜보는 역할. 두 사람만의 동작을 보조합니다. 트랜지션(Transition): 동작과 동작 사이 흐름. 영화에서 두 부부가 요가를 보여주다 와인 잔을 쏟는 장면이 바로 이 트랜지션 실수입니다.

 

비평-생각

영화에서 아크로요가 장면이 식사 자리에 갑자기 등장하는 방식은, 이 부부가 단순히 소음의 원인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라는 걸 한 번에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예측 불가능한 부부 심리극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거기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분명히 네 사람의 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이 있고, 코미디인지 심리극인지 경계가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 불확실함 자체가 이 영화의 매력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윗집 사람들을 보고 나서 바로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 그랬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웃음 뒤에 외로움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 가까운 사람과의 거리감을 소음으로 대신 표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