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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봐이예, 아기의 출생
처음 르봐이예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낯설었다. 분만 방법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내용을 알아갈수록 단순한 분만 방식이 아니라 아기를 바라보는 태도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출생은 엄마와 가족의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쁨, 산모가 고생했다는 마음, 가족이 새 생명을 맞이하는 감격이 먼저 떠오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르봐이예 분만은 아기의 입장에서 출생을 바라보게 한다. 아기는 엄마 뱃속이라는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밝은 빛과 큰 소리, 차가운 공기를 만나게 된다. 어른에게도 갑작스러운 변화는 부담스러운데,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얼마나 큰 변화일까 싶었다. 그 생각을 하니 신생아를 맞이하는 순간부터 조금 더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출생, 가족의 축복
출생은 분명 축복이다. 아기를 기다리던 가족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쁜 순간이다. 하지만 아기에게 출생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첫 경험이기도 하다. 엄마 뱃속에서 보호받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숨을 쉬고, 체온을 유지하고, 배고픔을 느끼고, 낯선 소리에 반응해야 한다. 그래서 출생은 기쁨이면서 동시에 아기에게는 큰 적응의 시작이다.
신생아 실습을 하면서 이 부분이 더 실감났다. 인형으로 안는 자세를 연습할 때도 머리와 목을 받쳐주는 손의 위치가 중요했다. 아기의 몸이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품어야 했다. 실습을 하기 전에는 그냥 조심히 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작은 흔들림 하나도 아기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생 직후의 아기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존중, 신생아도 하나의 인격체
르봐이예 분만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존중이라는 말로 이어진다. 신생아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다. 밝은 빛이 눈부실 수 있고, 큰 소리가 놀라울 수 있고, 갑자기 몸이 떨어지는 느낌이 불안할 수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기가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기의 입장을 놓칠 때가 있다.
존중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기를 안을 때 갑자기 들지 않는 것, 목과 머리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것, 울 때 왜 우는지 살펴보는 것, 아기의 속도에 맞추려는 마음이 모두 존중일 수 있다. 신생아 실습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아기를 대하는 손길에도 마음이 담긴다는 점이었다. 급한 손길과 기다리는 손길은 분명 다르다. 아기는 말하지 못해도 그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습하며 다시 생각한 신생아
신생아 인형으로 목욕 자세와 안는 자세를 연습하면서 출생 직후 아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형인데도 몸을 돌릴 때 긴장이 됐다. 실제 아기라면 얼마나 더 조심해야 할까 싶었다. 특히 아기를 안을 때 내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도 불편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느슨해도 불안정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아기를 예뻐하는 마음이 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습을 해보니 사랑하는 마음만큼 방법도 중요했다. 아기를 안정감 있게 안아주는 방법, 아기의 몸이 놀라지 않게 움직이는 방법, 수유 후 트림을 시킬 때도 몸을 잘 받쳐주는 방법이 모두 필요했다. 르봐이예 분만이 말하는 부드러운 출생도 결국 이런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아기를 처음부터 사람으로 대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낀 점
이번 내용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내 딸이 태어났던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엄마가 되었다는 감격과 책임감으로 가득했다. 아기가 울면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고, 먹이고 재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딸도 태어나는 순간 낯선 세상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싶다.
그때 내가 르봐이예 분만 철학이나 신생아의 출생 스트레스를 알았다면 딸을 조금 더 다르게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울음을 단순히 배고픔이나 잠투정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두려움과 적응의 신호로도 생각했을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은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느낀다.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단순히 예쁜 아기를 안아주는 일이 아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한 사람을 조심스럽게 맞이하는 일이다. 르봐이예 분만을 배우며 내가 가장 깊이 느낀 것은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아기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먼저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이 아이는 지금 세상을 처음 만나는 중이다.”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나의 손길도 말투도 조금 더 따뜻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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